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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 혼례가 시작되었다
 
- 농사비 내린다는 ‘청명’… 섬 동쪽 강길따라 ‘수양벚나무 군락지’ 봄 대표 사진 명소로 
- 호텔정관루 가는 길목에 위치한 ‘벗(友)길’ 꽃 터널 사이로 꽃비 내려 ‘환상적 분위기’

 
꽃이 지면 꽃그늘 아래 함께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이들의 사랑도 식을까. 늘 불같이 뜨겁기만 해서는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벚꽃이 지면 잎이 나고 버찌가 익는 것처럼 꽃그늘 아래 사랑도 서늘하게 여물어가겠지. <김선미 「나무, 섬으로 가다」 나미북스(2018), 83쪽>
 
섬 곳곳에 벚꽃이 지천이다. 남이섬에 벚꽃이 피었다는 것은 남쪽에서는 이미 그 꽃이 졌다는 기별이다. 기상청에서 개화 시기를 예보해주는 꽃은 개나리, 진달래, 벚꽃 세 종류인데, 그중 벚꽃이 가장 늦게 핀다. 해마다 언제 꽃이 필지 알려주지만, 남쪽 제주 서귀포에서 북쪽 춘천까지 북상하는 꽃의 속도는 매년 들쭉날쭉하다. 그래도 대략 보름에서 20여 일이 지나면 제주 남쪽 바닷가에서부터 피기 시작한 꽃이 강원도 골짜기에서도 꽃망울을 터뜨린다. 
 
북한강 상류에 머문 섬은 꽃섬이다. 겨우내 웅크렸던 꽃망울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처럼 보드랍다. 배를 타고 들어가며 바라본 남이섬은 개나리 노란 치마를 두르고, 머리에 벚꽃 화환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남이섬에 자생하고 있는 나무는 약 3만 그루. 가장 대표적인 메타세쿼이아 길부터 자작나무길, 중앙잣나무길, 은행나무길 등 수없이 많은 숲길이 있다.
 
섬에서 대표적인 벚꽃 단지는 호텔 정관루 가는 길목의 벗(友)길과 동쪽 잔디밭 가장자리의 수양벚나무 군락지. 벗길에는 밑동 굵기가 어른 팔 한 아름이 넘는 왕벚나무들이 길 양옆으로 늘어서 꽃 터널을 만들어놓았다. 섬의 벚나무 가운데 가장 크게 오래된 나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남이섬 중앙 잣나무 길에서 동쪽으로 걷다보면, 강변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거대한 수양벚나무 군락지가 펼쳐진다. 아래로 죽 늘어뜨린 가지 사이로 새하얀 벚꽃이 흩날려 장관을 이룬다. 
 
호텔가는 벗(友)길 왼편으로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워터스테이지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에선 오는 4월 14일부터 10월 27일까지 사랑하는 이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호텔정관루 로맨틱 풀사이드 바비큐 다이닝’이 열린다. 주말 저녁 가족, 연인과 함께 남이섬을 찾았다면 따스한 봄날 꼭 들려야 할 필수 코스다.
 
해마다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고 바람은 변함없이 꽃잎을 흩어놓는다.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할 뿐 벚꽃은 오직 버찌만을 위해 핀다. 봄은 봄인가보다. 남이섬 벚나무가 있는 곳은 어디든 꽃의 만유인력에 끌린 듯 꽃놀이 온 사람들로 붐볐다. 꽃그늘 아래 사진 찍는 사람들 얼굴에서 슬픔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누구나 사는 게 늘 꽃피는 호시절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벚꽃이 필 때만이라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꽃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위 내용은 김선미 작가의 「나무, 섬으로 가다」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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