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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 겨우내 얼어붙은 땅 녹고 새싹 돋아나 ‘파릇파릇’
- 3만여 나무 식구들에 새로운 가족… ‘소나무’ 옮겨 심는 향토적인 풍경도 ‘볼거리’
- 고즈넉한 호텔정관루 숲의 정령들과 함께하는 밤… 다음날 새벽 물안개는 숙박객의 특권


 

나무 한 그루가 이사를 한다는 것은 그곳에 알을 낳은 곤충부터 뿌리에 달라붙은 균류와 흙속에 숨은 씨앗과 미생물까지 하나의 생태계가 고스란히 옮겨온다는 뜻이다. 소나무 한 그루가 품은 작은 우주가 오는 것이다. <김선미 「나무, 섬으로 가다」나미북스(2018), 67-68쪽>


 

괜스레 코끝이 간지럽다. 하루가 다르게 포근해지는 날씨에 나른함은 배가 된다. 매섭던 바람은 풀냄새 가득한 봄바람의 기운이 완연하다. 경칩(驚蟄)은 놀랄 경(驚)에 숨을 칩(蟄)자를 쓴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나 뱀, 벌레들이 깨어난다는 의미를 지닌다. 말 그대로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이 시기에, 남이섬은 그 어느 곳보다 빨리 봄을 준비한다.

 

 

 

이맘때쯤이면 수목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3만여 남이섬 나무 식구들의 새로운 가족이 오는 날이면 더 그렇다. 커다란 트럭에 실려 밤새 먼 길을 달려온 소나무는 줄기가 절반 이상 밖으로 걸쳐져 있는 큰 나무였다. 중간에 지지대를 받쳐 가지가 있는 머리 쪽을 허공에 띄운 채 이동했으니 고된 여행이었을 것이다.

 

나무를 심기 전 나무가 누운 상태에서 가지치기부터 한다. 보기 좋게 모양을 다듬는 이유도 있지만 옮겨심기 전에 반드시 가지치기를 해야 나무가 몸살을 덜 앓는다고 한다. 뿌리가 잘린 만큼 잎과 가지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잘라준다. 나무를 옮겨 심는 데 동원된 사람만 열 명이 넘었다. 땅이 풀리고 나무는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났을 때가 옮겨심기에 가장 좋다.

 

나무 한 그루를 이식하려면 적어도 일 년 전부터 뿌리돌림을 해놓고 기다린다고 한다. 큰 나무는 준비 기간만 삼 년 이상 필요한 경우도 있다. 나무가 품은 한 그루의 작은 우주는 이렇게 생동하는 봄의 시작을 소란스럽지 않게 알린다. 천천히 스며들 듯 다가오는 봄처럼 뿌리를 살며시 내려 남이섬 숲속에 정착할 것이다.

 

 

 

남이섬의 봄 기운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섬 남단에 위치한 호텔정관루다. 마지막 배가 떠나고 난 텅 빈 남이섬, 정관루에 불이 켜지면 한밤의 네버랜드가 펼쳐진다. 이곳에서 스마트폰만 켜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고독은 완성된다. 숙소에는 텔레비전도 없다. 객실은 약 58개로 남이섬을 찾은 수백만 관광객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더 이상 객실을 늘리지 않는다. 숲의 정령들과 함께하는 남이섬의 밤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호텔정관루 곳곳에서도 남이섬에 심어진 나무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호텔 본관과 별관 모두 나무로 지어졌다.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테이블과 의자, 벽을 메우고 있는 나무 조형물들은 호텔 밖 숲속에 서 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별빛, 달빛과 함께 스며든 봄의 기운을 느끼며 스르륵 잠들면 어느덧 날이 밝아오고 섬 남쪽 창경대에선 신비로운 물안개를 만날 수 있다.

 

아침노을이 번져올 무렵 검푸른 북한강 위로 물안개가 한창이다. 봄 안개는 섬을 향해 천천히 밀려오고 있는 아침. 강물은 말이 없다. 보는 이도 할 말을 잃는다. 남이섬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강 건너 방하리 마을 야트막한 산자락이 둥근 해를 슬며시 밀어 올린다. 금세 주위가 훤해지면서 강물 위에 뜬 해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대신 금가루를 풀어놓고 간 듯 강물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마음이 싱숭생숭 한 걸 보니 봄이 오긴 왔나보다. 또 다시 코끝이 간지럽다.

 

*위 보도자료 내용은 김선미 작가의 「나무, 섬으로 가다」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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